바다 근처 마을을 여행하다 보면 종종 '어촌계 체험마을', '어촌계 공동작업' 같은 말을 접하게 됩니다. 특히 해산물 채취 체험, 갯벌 체험, 조개잡이 같은 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이건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거예요"라는 말을 듣게 되죠. 그렇다면 ‘어촌계’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오늘은 우리 바다를 지키고 있는 지역 공동체, 어촌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단순히 어부들의 모임을 넘어서, 어촌계는 바다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지역 사회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촌계란 무엇인가요?
어촌계는 법적으로 인정된 어업 공동체로, 주로 해안 지역의 어민들이 구성한 협의 조직입니다. 쉽게 말해, 특정 어촌에 사는 어민들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바다를 관리하고 수산 자원을 이용하는 협동조합 같은 개념입니다.
대한민국 해양수산부에서는 어촌계를 “어촌 주민 간의 공동체 조직으로, 어업 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마을 어장 관리, 수익 배분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구전으로 이어지던 공동 작업 체계가 이제는 법적으로 보호되고, 정부의 지원도 받는 제도로 발전한 것입니다.
어촌계는 왜 필요한가요?
바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자원이지만, 무분별한 남획이나 외지인의 상업적 채취로 인해 지역 주민의 생계가 위협받고 해양 자원이 고갈되는 문제가 생기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촌계는 공동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아래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 어장 관리: 마을 앞바다(마을어장)의 수산 자원 보호 및 회복
- 이용 규칙 설정: 채취 시기, 도구, 양 등의 규제
- 공동 작업: 어장 청소, 폐어구 수거, 바다숲 조성 등
- 수익 배분: 조개나 해산물 채취 수익을 구성원들과 분배
이런 시스템 덕분에 어촌 주민의 생계 안정은 물론이고, 바다 생태계 보전에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어촌계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을까?
어촌계는 해당 마을에 실제로 거주하며 일정 기간 이상 어업 활동을 해온 주민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통 5년 이상 거주 조건을 두는 경우가 많고, 외지인이 단기적으로 어촌계에 가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조건이 까다로운 이유는, 외지인의 무분별한 자원 채취를 막고, 지역 공동체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어촌계와 체험 마을의 관계
요즘 인기 있는 ‘어촌체험마을’의 대부분은 지역 어촌계가 운영하거나 협력하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조개잡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갯벌이나, 해녀 체험, 배 타기 체험 등은 모두 어촌계가 허용한 지역에서만 가능합니다.
체험 활동을 통해 생긴 수익은 어촌계 운영이나 지역 복지에 쓰이며, 일부는 마을 주민에게 배분되기도 합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체험도 즐기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기회인 셈입니다.
어촌계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
하지만 모든 어촌계가 순조롭게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령화, 청년 인구 유입 저조, 수산 자원 감소 등의 문제로 일부 어촌계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간혹 발생하는 내부 갈등이나 외지인의 무단 채취 문제, 불법 어업 문제도 지속적인 갈등 요소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바닷가에 가서 체험을 즐기거나 해산물을 구입할 때, 그 지역 어촌계가 관리하는 자원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속 가능한 어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인지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큰 응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분별한 채취나 쓰레기 투기는 어촌계의 자원 보호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방문객으로서의 기본예절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론: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 어촌계
어촌계는 단순한 어업 조직이 아닙니다. 바다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정신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바다에서 얻는 수산물만이 아니라, 그 바다를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의 노력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에 어촌 체험을 가거나 바다 음식을 먹을 때, 그 배경에 있는 어촌계의 역할을 한 번 더 떠올려보세요. 참고로 저도 바닷가에서 살포식 어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저 의 경험을 토대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